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 메르카리, 라쿠마

어느 나라에서나 중고거래를 위한 서비스들은 존재한다.
미국의 Craiglist, 영국이나 호주에서는 Gumtree 한국에서는 중고나라, 번개장터등.

하지만 일본의 중고거래 서비스는 일본사람들의 특수한 국민성과 맞물려 조금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모바일 시대 이전의 중고 거래는 주로 야후 옥션을 통해 이루어 졌지만, 모바일 시대에 와서는 메르카리에 그 자리를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메르카리는 어떤회사?

시장(market)의 기원인 라틴어 ‘mecari’에서 유래한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그 성장 과정이 쿠팡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 업체들을 제치고 모바일에 특화된 편리한 UX로 고객들을 끌어들인 메르카리는 2018년 일본의 코스닥이라고 할 수 있는 마쟈스(Mothers)마켓에 상장까지 하며 일본 유니콘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회사이다.

중고나라와 비교하면, 정말 편리하다

한국에서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중고나라의 거래 경험은 이미 유명한 인터넷 밈이다. (평화로운 중고나라) 더이상 언급 하기도 싫을 정도로 중고나라의 거래는 정글 그 자체이다.
라쿠라쿠 메르카리편, 유우유우 메르카리편등 귀찮은 배송 자체를 택배 회사들과 연계해 손쉽게 배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메르카리 배송선택화면
메르카리 출품시에 선택 가능한 배송옵션

위에서 원하는 옵션을 선택하고 포장만 규격에 맞게 해서 편의점이나 우체국으로 가서 전표를 출력한 후 상품에 붙여서 보내면 된다. 배송료는 자동적으로 상품 비용에서 빠져나간다. (착불도 선택가능하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로 메르카리에서 추천하지 않는다) 거기에 상품별로 다르지만 10% 정도의 수수료가 다시 차감된다.

그 외에 자잘한 기능으로는 기본 메시지를 템플릿으로 제공해 모바일에서 사용자가 입력이 편하도록 한다거나,  업로드한 사진을 분석해 카테고리나 상품명을 미리 입력해 주기도 한다.

메르카리 출품 입력 폼
메르카리 출품 양식, 초밥을 넣으니 야마가타의 사라미로 판단했다.
출품 메시지 템플릿
출품시에 선택할 수 있는 메시지 템플릿, 출품이 잦은 사람에게는 편리하다
상품 디테일화면
상품 디테일 화면에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네고라고 부르는 기능이 구현되어 있다. 판매자에게 오퍼를 넣을 수 있게 되어있다.

지금은 없어진 것 같지만 예전에는 사용자의 전화기를 지금 메르카리에 팔면 얼마 정도 받을 수 있는지 팝업창으로 알려줘 출품을 유도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사이클 자체는 쿠팡에서 겪어봤던 기능 개발과 유사한 면이 있다.  최대한 사용자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평가하고 개선하거나 중지시킨다.  어떤면에서는 서비스가 살아있는 유기물 처럼 외부의 반응에 끊임 없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업급한 기능들이 내일 당장 없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실 서비스 자체는 특별한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이런 것쯤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잖아? 하지만 중고 거래에 돈을 쓰지 않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상 메르카리 수준의 서비스가 탄생할 일은 절대 없으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조금 수수료를 내더라도 메르카리 같은 업체가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많다. 메르카리를 통해 거래를 하다가 중고나라에서 거래를 시도해 보면 알겠지만 일단 허위 매물이나 사기가 너무 많고 검색을 해도 제대로 된 상품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중고나라도 그걸 알고 네이버 까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그늘

메르카리는 일본 뿐만이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도 진출했는데(영국은 철수), 필자는 개인적으로 절대 미국과 영국에서 성공할 수 없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메르카리가 성공한 핵심 이유는 출품과 구입을 쉽게 만든 것인데, 이런 장점을 가지는 서비스들은 이미 영미권에 수도 없이 많다. 일본에서 단순한 중고장터가 이 정도 크기 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대면 거래 보다는 돈을 조금 지불하더라도 트러블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은 일본인들의 특수성에 기인한점이 크다. 정말 중고나라의 사용자 경험은 최악중의 최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그것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중고나라의 가격이 제일 싸고 사용자들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도 단순한 게시판 정도로도 트래픽을 유지하기에도 버거울 것이다. 크레이그 리스트도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모델이라면 훨씬 유려한 UX와 기능들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고투와 더불어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새로운 서비스의 부재이다. 페이페이가 촉발시킨 페이전쟁에 메르카리로 메르페이로 참전했는데, 최근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캠페인등으로 엄청난 자금을 필요로 한다. 이미 2018년의 결산에도 70억엔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하였다. 2019년에도 그 수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참조

일본주가: https://stocks.finance.yahoo.co.jp/stocks/detail/?code=4385.T
서비스 6주년 기념 통계: https://about.mercari.com/press/news/article/20190702_mercarinumbers/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 메르카리, 라쿠마

갓오브워4의 로딩화면에 관한 소감

최근에 플레이한 게임이 두가지 있는데, 드래곤 퀘스트(Dragon Quest)와 갓 오브 워(God of War)가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북미와 일본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두 게임이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간단히 남겨둔다.

게임이 사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플레이하는 동안 유저가 최대한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이 없어서 뉴스나 뒤적거리면서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9시부터 5시까지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법이다. (몰입이론 창시자의 인터뷰 Link)

어떻게 보면 게임에서 몰입을 가장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로딩에 두게임이 대처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드래곤 퀘스트 11의 로딩화면

드래곤 퀘스트의 경우 각 영역을 이동하는 시점마다 로딩 화면을 보여준다. 물론 예전 처럼 검은화면에 의미없는 프로그레시브 바 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줄거리를 간단한 일러스트와 함께 제공한다.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사용자는 한참 게임에 몰입해 있으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릿해 져 있는데 갑자기 로딩화면을 보여주게 되면 그만큼 사용자의 주의가 흐트러질 수 밖에 없다.

갓오브워의 로딩화면

반면 갓오브워는 스토리라인을 따라 선형 진행을 하는 동안은 거의 로딩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용자가 임의의 장소에 접근할때는 파란색 포탈을 통해 직접 이동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해당 장소의 정보를 로딩하는 방법을 취한것 같다.

실제 이는 사용자가 체감할만한 변화로서 레딧에서도 좋은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문서 하단 참조)

산타모니카 스튜디오가 레벨 설계를 아주 영리하게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 게임 개발 조직의 성숙도가 상당한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한 이런 접근방법은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다.

기획과 개발이 한팀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구조가 아니면 이런 결과는 우연이 아니고서는 나오기 힘들것이다. 프로그래밍과 디자인, 기획이 각각 분업화 되있는 상황에서 의사 소통일 일방적으로 흐른다면 기획에서 제출하는 게임 시나리오는 드래곤 퀘스트 처럼 될 수 밖에 없다.

기획자가 기획에만 매몰되서 개발까지 고려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하지 못한다면 프로그래밍 파트의 입장에서는 검은 스크린을 띄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반면 갓오브워를 제작한 팀 같은 경우에는 기획 – 프로그래밍 –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서로 다양한 피드백을 빠른 시기에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이어서 어느쪽의 변화이든 아주 현명하게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갓오브워를 플레이하고 나서 드는 감정은 아주 훌륭한 2인 3각 경기를 본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이렇게 서비스 기획과 메이커가 아주 잘 어우러진 상품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서

사용자를 몰입시키기 위해 롱 테이크(ONE SHOT, NO CUTS)를 사용했다는 코리 발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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