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리뷰

이 리뷰는 강력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같은 게임”으로 유명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라오어2)가 올해 6월에 출시되었다.  나중에 플레이하려고 맘먹었기 때문에 출시 직후 최대한 리뷰는 읽지 않으려고 했지만 너무나 실망이라는 소식과 게임 관련 웹진의 후한 리뷰에 속았다는  사람들의 반응만 전해 들었다.  미루다가 아마존에서 29달러 세일을 하기에 빠르게 구매해서 플레이해 보았는데, 웬걸. 개인적으로는 정말 집중해서 재미있게 플레이 했고 각종 웹진에서 출시 직후 했던 10년에 한 번 나오는 타이틀이라는 평가에도 공감한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 이야기 때문

인터넷에서 본 박한 평가들은 주로 전작의 팬들을 고려하지 않은 개연성 없는 전개, 공감할 수 없는 메시지 등 주로 캐릭터와 스토리에 관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라오어1 에서 플레이어들이 그토록 감정이입을 했던 조엘이  PC설정으로 추가된 새로운 캐릭터에게 골프공 취급을 당하고 친딸보다 더 정성스럽게 지켜낸 엘리가 레즈비언이라는 설정,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그녀를 쥐 잡듯이 두드려 패도록 하는 진행까지..정확히 그 시점부터 엔딩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리면서 “아 나는 이렇게 하기 싫어”라고 외치게 만든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주말 드라마의 상황에 완전히 몰입한 주부처럼 만들어 버렸다.

스토리 위주의 게임 만들기 쉽지 않다

덧붙여서 요즘 같은 시기에 이야기 위주의 게임을 만드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근 10년간 출시된 게임을 보면 스토리는 대부분 부수적인 역할을 한다. 8, 90년 대에는 이야기 중심의 게임이 나왔지만, 오히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월등하게 발전한 최근에는 스토리 위주의 게임보다는 화면의 화려함이나 참신한 플레이 등이 주로 AA타이틀로 등장한다. 화려한 그래픽과 스토리를 다 잡으려면 헤비레인이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같은 장르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어려웠던 것을 라오어는 해냈다. 플레이어 앞에 펼쳐지는 스토리에 대한 선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 그 기술과 실행 능력에 100점을 주고 싶다. 이 게임의 메뉴부터 게임 모드까지 거의 모든 요소가 스토리에 집중하도록 의도적 의로 배치되어있다. 최소한의 UI, 게임 내 오브젝트와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 실제에 가까운 음향 효과까지. 아마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사소한 섬세함이 모이고 모여서 그 몰입감을 만들어 낸다. 최근에 갓 오브 워도 비슷한 시도를 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라오어는 그것을 뛰어넘는다.

내가 개발자라면 만든 맵이 아까워서 온라인 모드나 여러 가지 더 오락적인 내용들을 추가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티독은 플레이어가 감독이 정해놓은 스토리만을 따라가도록 모든 걸 다 버리고 디테일에 집중했다. 이러한 게임의 작가주의 성격 때문에 평가가 더욱더 양극화된 것 같다.

라오어2 디테일에 관한 유튜브 비디오 1
라오어2 디테일에 관한 유튜브 비디오 2

개인적으로 만족했던 이야기

많은 라오어1 팬들의 치를 떨게 만들었던 스토리도 사람별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맘에 들었다. 1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여태까지 접해봤던 이야기 형태라면 라오어2의 이야기과 주제는 참신하게 다가왔다.

많은 사람이 가족 같은 조엘과 엘리를 갑자기 튀어나온 애비와 레브가 파괴한 것에 분노하고 (특히나 플레이어의 손에 직접) 복수는 복수를 부를 뿐이라는 메시지에 공감하지 못하겠다고 하지만 나는 세상에는 수많은 조엘이나 엘리가 존재할 수 있고 철저한 악인도 누구에게는 생명의 은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엘리가 그 고리를 끊어 내려는 모습에 큰 안도와 감동을 했다.

PC설정의 순기능

엘리를 레즈비언으로 설정한 것도 단순히 PC설정이라기 보다는, 조엘이 소중한 사람의 생명이 인류의 미래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처럼 유사하게 엘리도 인류의 미래 보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로 한 것 아닐까? 공공의 이익을 보면 엘리는 이성과 연애해서 자신의 면역력을 널리 퍼트리거나 적어도 보존해야만 한다.  이런 자유주의적 메시지를 위해서 엘리를 레즈비언으로 설정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설령 PC 설정이라고 해도 단순히 성 대결로 몰고 갔다기보다는 다양한 인종을 어우르는 시도로 보이며 이는 게임 전체 설계에도 반영되어 있다. 이전까지는 많은 장애인이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많은 장애물이 존재했지만 라오어2는 이러한 장벽을 없애주는 게임 접근성 부분에서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쥬얼 모드나 조작에 관한 세세한 설정까지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었던 많은 부분이 의도된 것임을 알고 다시 한번 놀랐다. 아래 유튜브 링크는 시각 장애인 게이머가 라어오2를 극찬하는 영상이다. 이걸 보고도 라오어2에서 PC 설정을 택한 것을 가지고 비난하긴 힘들 것이다.

끝으로

여려 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영감을 주는 게임이었다. 닐 드럭만이 트위터에서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해 공격적인 대응으로 욕을 먹고 있지만 라어오2로 인해 이제 그 누구도 닐 드럭만이 게임 업계에서 최고의 Bigshot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리뷰

갓오브워4의 로딩화면에 관한 소감

최근에 플레이한 게임이 두가지 있는데, 드래곤 퀘스트(Dragon Quest)와 갓 오브 워(God of War)가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북미와 일본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두 게임이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간단히 남겨둔다.

게임이 사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플레이하는 동안 유저가 최대한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이 없어서 뉴스나 뒤적거리면서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보다 9시부터 5시까지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법이다. (몰입이론 창시자의 인터뷰 Link)

어떻게 보면 게임에서 몰입을 가장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로딩에 두게임이 대처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드래곤 퀘스트 11의 로딩화면

드래곤 퀘스트의 경우 각 영역을 이동하는 시점마다 로딩 화면을 보여준다. 물론 예전 처럼 검은화면에 의미없는 프로그레시브 바 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줄거리를 간단한 일러스트와 함께 제공한다.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사용자는 한참 게임에 몰입해 있으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릿해 져 있는데 갑자기 로딩화면을 보여주게 되면 그만큼 사용자의 주의가 흐트러질 수 밖에 없다.

갓오브워의 로딩화면

반면 갓오브워는 스토리라인을 따라 선형 진행을 하는 동안은 거의 로딩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용자가 임의의 장소에 접근할때는 파란색 포탈을 통해 직접 이동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해당 장소의 정보를 로딩하는 방법을 취한것 같다.

실제 이는 사용자가 체감할만한 변화로서 레딧에서도 좋은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문서 하단 참조)

산타모니카 스튜디오가 레벨 설계를 아주 영리하게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 게임 개발 조직의 성숙도가 상당한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한 이런 접근방법은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다.

기획과 개발이 한팀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구조가 아니면 이런 결과는 우연이 아니고서는 나오기 힘들것이다. 프로그래밍과 디자인, 기획이 각각 분업화 되있는 상황에서 의사 소통일 일방적으로 흐른다면 기획에서 제출하는 게임 시나리오는 드래곤 퀘스트 처럼 될 수 밖에 없다.

기획자가 기획에만 매몰되서 개발까지 고려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하지 못한다면 프로그래밍 파트의 입장에서는 검은 스크린을 띄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반면 갓오브워를 제작한 팀 같은 경우에는 기획 – 프로그래밍 –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서로 다양한 피드백을 빠른 시기에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이어서 어느쪽의 변화이든 아주 현명하게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갓오브워를 플레이하고 나서 드는 감정은 아주 훌륭한 2인 3각 경기를 본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이렇게 서비스 기획과 메이커가 아주 잘 어우러진 상품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서

사용자를 몰입시키기 위해 롱 테이크(ONE SHOT, NO CUTS)를 사용했다는 코리 발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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