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부터 식단을 채식으로 바꿨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나 이제 채식해“ 라고 말했을 때 반드시 “왜 갑자기?” 라는 질문을 여러번 받았기에 이후에 조금 더 설득력있게 대답하기 위해 글로 남겨본다.
계기는 비욘드미트
비욘드미트는 2009년에 Ethan Brown이 창업한 대체육 회사이다. 상대적으로 흉내내기 쉬운 햄버거 패티, 소시지, 연육등을 대형마트와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물론 현재는 실제 고기보다 가격도 비싸며 맛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초에 처음으로 맛본 비욘드 미트는 잊고있었던 채식에 대한 의지를 다시한번 일깨워줬다. 호주의 유명 햄버거 체인에서 판매하는 비욘드 미트를 사용한 햄버거는 실제 햄버거와 80% 정도 유사하고 가격도 일반 햄버거와 동일했다. 그리고 집에서 비욘드 미트를 조리했을 때 사료(?) 비슷한 향기가 나서 조금 맘에 걸렸지만 일반 식당에서 이렇게 대체육 옵션을 제공한다면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아 이번에는 정말 채식이 가능하겠다“ 라는 느낌이 왔다.
갑자기 왜 채식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라는 의문은 존재론적인 고민들과 굉장히 유사하다. 많은 사람들이 크게 괘념치 않고 살아가지만 한번 의문을 품으면 그야말로 스스로 질문과 답을 반복하게 상태에 빠지고만다. 처음 채식을 해야겠다고 결정했을 때 여러가지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요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시작은 특히 스스로 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삼시세끼 소,돼지,닭을 먹는것에 대한 자기배반적인 감정이었다.
영양 넘치는 채식
시작은 그러했지만 나도 처음에는 채식으로 성인 남성에게 적절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웹으로 여러가지 조사를 진행하고 몇달간 해본결과 그런 고민은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이상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료들 보다 영국의 국민건강보험에 해당하는 NHS에서 내놓은 자료들이 훨씬 신뢰가 갔다. 물론 영국과 한국간의 인종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연 채식을 건강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기사 “금연·예방접종·채식·운동하면 암 70% 예방”
고기를 먹었을 때보다 섭취하는 식품의 영양에 신경 쓰게 된 점도 아주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식습관이 채식에 유리한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예로 비타민 B12는 채식을 하게 되면 결핍을 주의해야하는 영양소로 자주 언급되는데 한국인들이 자주먹는 김에 바로 그 B12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직 1년이 되지 않았고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상태라 채식이 어떻게 내 몸에 영향을 끼쳤는지 수치화 할 수는 없지만 느끼기엔 아주 건강해진 것 같다. 채식 이전에도 특별히 어디가 아프거나 한것은 아니었지만 눈에 띄는 변화중 하나는 채식후에 배가 아팠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예전에 고기를 먹고 특히 밤에 소화가 잘 안되거나 아랫배가 아파서 밤에 자다가 깨는 경우도 있었는데 정말 화장실에서 기절 직전까지 간 경우도 있다. 채식을 하고는 몸안이 굉장히 깨끗해진 느낌인데 몸 뿐만 아니라 냉장고와 쓰레기통까지 깔끔해진 것은 덤이다.
기후변화 대응
개인적인 범위의 변화뿐만 아니라 지구를 위해서도 채식은 권장할 만하다.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환경운동이 가지는 문제점중 하나는 개인이 무엇을 해야할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정책의 변화나 의식의 전환만을 요구하는 것에서 그친다는 것이다.
반면 채식은 바로 실천 가능하다. 전세계 인구가 기후변화의 주체임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채식으로 전환하거나 섭취하는 육류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만으로도 기후변화를 막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 가끔 축산이 온실효과에 끼치는 영향이 확실히 않다고 채식의 기후변화 대응효과를 축소하려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농축산이 온실효과에 끼치는 영향은 15%에서 50% 까지 다양한 연구 결과가 보고 되고 있는데 이산화탄소, 메탄등 각종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확한 숫자를 알아 내는 것은 힘들 것이다. 설령 농축산이 온실효과에 10%만 기여 한다고 해서 당장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이 채식보다 더 기후변화에 앞장서는 대응일 수는 없다. 모든 부분에서 걸쳐서 노력을 해야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부분은 각 나라의 정책 방향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들어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가 석탄으로 생성된 것이라면 결국 제자리이다. 결국 채식은 개인이 오늘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기부변화 대응 행동이다. 기사 – 기후위기 시대, 채식이 지구를 살린다
채식, 쉽지는 않다
나는 동물들을 사랑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것은 아니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해서 그럼 식물들은 먹어도 괜찮은 것인가? 라고 듣게 될 수 있다. 결국 뭔가를 먹는다는 행위가 유기물을 분해해서 자신의 영양소로 만드는 과정이 아니던가. 채식주의자들은 필요한 영양소들은 이미 식물에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섭취한 동물들을 다시 도축해 먹는 과정은 불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솔직히 나를 포함한 많은 채식주의자들의 채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동물에 대한 애착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채식을 시작한 요인은 동물에 대한 애착, 감성적인 요인이다. 반대로 육식을 끊을 수 없었던 만드는 감성적이고 문화적 요인도 존재한다.
회식은 삼겹살아니면 치킨..쩝쩝
한국회사에서 일 마치고 먹었던 삽겹살과 치킨. 과연 다음에 똑같은 기회가 생겨도 저항할 수 있을까?
일단 나는 현재 채식을 하기 굉장히 좋은 조건임에는 분명하다. 우리 회사는 COVID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재택근무가 기본이 될것임을 발표했다. 그외에 나라별 차이는 장볼때나 식당에서 많이 드러난다. 호주는 한국보다 채식인구의 비중이 높으며 개인의 식단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문화다. 그리고 재배 가능한 땅이 넓다 보니 마트에 지역산 채소나 과일들이 많으며 (물론 고기도 많다) 아직은 시범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대체육들도 눈에 띄인다.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회사 카페테리아도 샐러드바 형태여서 개인의 식단에 맞춰 점심식사가 가능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학교, 회사, 군대등 다양한 장소에서 급식을 하는데 채식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에게 큰 시련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도 한국도 집단 급식을 하는 학교나 군대에서 채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는데 이는 점점 한국도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증거로 보여진다.
서울 학교급식에 ‘채식선택권’ 도입…”초중고 점차 확대”
[단독]군대서도 비건 급식 먹는다… 채식주의자, 짬밥을 바꾸다
그럼에도 한국 직장인들의 생활패턴을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채식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점심이나 회힉등 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많은데 그런 식당에는 채식메뉴가 없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리고 아직 한국의 외식비는 직접 조리하는 것에 비해 많이 비싸지 않다. 집에서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있다면 채식식단을 꾸리기 더 쉬울테지만 만원으로 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힘들게 직접 재료를 사서 조리하기엔 동인이 부족하다.
채식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래서 초기에는 좀 잘알려진 채식관련 식당들을 다니면서 다양한 채식 음식을 먹어보는게 중요할 듯 하다. 나도 채식을 시작하고 가장 힘들었던게 메뉴구성이었다. 경험해본 메뉴가 적으니 매일 같은 메뉴가 반복되는 것인데 여러나라의 다양한 음식들을 접해서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채식의 구성을 최대한 늘려놔야 한다. 그래도 역시 고기가 없이는 만들기 힘든 음식들이 생각날때 채식의 풍미를 더해줄 수 있는 대체육이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이다. 왜 채식주의자라고 스팸, 소시지, 베이컨 등을 맛있다고 느끼지 못하겠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지말라고 한다면 그사람이 가진 얼마 되지 않는 기쁨을 빼앗는 것일수도 있다. 사람은 항상 건강한 방식만을 찾아서 생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체육은 채식에서 대항해시대의 향신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도 남의일이 아니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미국이나 호주는 식량 자급률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 한국은 자급률이 50%가 되지 않는다. 참고 – [데스크의눈] 코로나發 식량 위기론 다른말로 한국은 세계 식량 사정에 따라 비자발 적으로 식습관을 급격하게 바꿔야 할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게 채식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육식보다는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채식 바람에 대비해놓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채식하는 인구가 많이 늘어사서 다양한 음식들이 새로 개발 되고 식당에서도 자연스럽게 채식 옵션이 제공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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